나의 이야기

그녀가 다가온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23. 5. 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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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저녁 6시 30분쯤 십수 년 만에 만나는 동생은 세련되고 멋진 모습으로 세븐스트리트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나는 오랜 세월이 무덤덤하듯, 무감각처럼 동생의 어깨를 툭치며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그녀가 19살에 합창단에 가입하고 주도적으로 엘토파트를 이끌어갈 때 나는 초보적인 베이스 일원으로 꿈과 희망을 노래했다.


나이 차이가 띠 한 바퀴를 돌 정도로 아주 어린 동생이었지만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으며 우리는 살갑고 다정다감하게 음악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온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준 국제금융 <IMF> 외환 위기가 닥쳐오고,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한 가정을 꾸리고 고군분투하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데 아저씨는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이제 합창활동도 사치스러워요.

우리 마이웨이가 이러는가 보죠.

교회 성가대에 힘쓰며 하나님께 의지하며 새로운 내 삶을 가꾸어 보겠어요.


먼 훗날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아저씨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이제 50대 초반에 턱걸이한 그녀는 벌써 딸아이가 스물여섯이라는 말과 함께 남편과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ㅡ......

💬
그래 생각난다.


내가 진심으로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고, 어느 날인가? 조치원 거리에서 꼬마숙녀를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생을 보며 클락숀을 울릴까 말까 했는데, 벌써 꼬마숙녀가 시집갈 나이가 되었어!  


세븐스트리트 대표음식 파히타를 시켜 먹으며 간간히 동생의 모습을 훔치니, 흰 피부와 늘씬한 몸매는 예전 그대로며 예쁘고 귀여운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과거와 현재를 소환하지 않았지만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는 뼈 있는 농담을 잊지 않았다.


내가 지금껏 살아 있었던 것은 "보고 싶은 동생을 만나라"는 하늘의 계시가 있었나 봐!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젊은 청춘시절을 보냈던 우리는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났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동생이 "바램"했던 것처럼, 먼 훗날에 우리 만나자는 약속이 있었지만, 동생을 보는 순간 설렘과 떨리는 심정은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불현듯이 생각나는 김용택 시어가 내 가슴을 타고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 시인>

집에 들어와 아껴두었던 소주 1병을 먹으면서 양파에게 소식을 전했다.

예쁜 누나를 보고 왔어.

우리 양파가 말을 건다^^

근데 왜 꽝 소주를 먹어?

부부는 로또야!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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