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자는 제법 커서 모든 사물을 인지하고 어린이집에서도 또래 애들과 잘 어울린다. 다만 우리 집에 오면 오로지 할머니 품에만 안기고 나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아직도 손자는 할아버지가 어색하고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녀석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쌓여 있다. 다음에 오면 손잡고 마트에서 돈쭐을 내줄까 생각해보지만 과연 내 말을 들을까? 모쪼록 귀여운 우리 손자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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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잦은 병치례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온다. 안타깝고 짠한 마음이 식을 줄 모른다. 오늘도 심한 장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에 손자 건강과 회복을 위해 허겁지겁 병실로 향하는 집사람 표정이 예사롭지가 않다. 언제 집에 들어올 줄 모르니 집안 청소 좀 잘하고 양파도 잘 챙겨라! 집안일이 문제냐? 손자의 병간호에 최선을 다해! 사위와 딸은 바쁜 직장인이라서 집사람이 이리저리 대타용으로 뛰어다닌다. 가게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하면 청주 타코15에서 '죽어라' 일하고 조치원 세븐스트리트도 외면할 수가 없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장모님의 건사에 신경 써야 하니, 집사람은 말 그대로 몸무게가 10Kg 빠져 해골 (모양)직전 상태다.
지금 신장 162×50Kg 몸뚱이로 버티고 있으니, 진짜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아무도 없는 고급 호텔방에서 10일 동안 혼자서 잠만 실컷 자고 집에 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할까? 그렇게 하라고 자식들이 등떠밀듯이 권유해보지만, 당신 입장에서 그리 쉽지 않나 보다. 정말로 정답이 없을 만큼 앞이 캄캄하다.
내 집구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