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이어 2탄~~~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3살 4살 되던 해 어느 늦은 봄날에 외국 출장을 갔다 왔던 그 친구는 나에게 안부를 물어왔다.
친구야! 가족끼리 모여 "야외 나들이" 갈까?
우리는 일사천리로 충북 괴산의 명소인 청천계곡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친구는 그날 곧장 청천계곡으로 온다는 말과 함께 서로 재미나고 신명 나게 놀아보자고 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오고 우리 4인 가족은 아침부터 분주하듯 약간 마음이 들떠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최악으로 경제사정이 안 좋았고 그 여파는 수시로 가정 위기가 찾아왔었다.
불과 1년 사이에 급격히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졌으니 옆지기의 자존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그래! 이참에 잠시나마 바람도 쐬고 자연숲 속에서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소망하며 승용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차를 타자마자 우리 부부는 돈싸움에 입씨름이 시작되었고 입씨름은 급기야 심한 언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1톤 화물차 할부금도 벅찬데 왜 승용차까지 사 가지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냐고. 이번 달 월세는 어떻게 해결할 거야.
막무가내 쏘아붙이는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말을 건넸다.
지금 애들이 듣고 있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고!
내가 우체국에 취직한 게 인생의 최대 실수야?
무학 출신답게 그냥 모피업에 몸담았어야 했는데, 기분 더럽게 후회막급이다.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잘될 거야/
화 풀고 맘 편히 다녀오자/
일단 진정시키고 말없이 목적지로 운전하는데 갑자기 차량이 한쪽으로 기우는 쏠림현상이 온다.
도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차를 갓길에 대고 타이어를 살펴보니 앞표면에 좁쌀만 한 펑크다.
대략 난감이 이런 것일까?
그냥 끌고 가면 바퀴는 통째로 찢어질 것은 뻔하고 그렇다고 땜질식 응급 처치할 능력도 없고, 더군다나 응급(AS) 출동차량을 부르자니, 금방 올 것 같지도 않고, 그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데 옆지기가 말없이 나선다.
애들하고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살살 몰고 시내 가서 타이어 수리하고 올게,
그거야! 내가 하면 되잖아.
"당신은 정말 세 가지를 모르네"
휙하니 차문을 닫고 시내 쪽으로 향하는 옆지기를 보며 나는 눈만 꿈벅거렸다.
세 가지가 뭐지?
한참 후, 짜잔 하고 나타난 티코 차량으로 우리 셋은 휘리릭 올라탔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다다르니 친구 가족들이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였다.
그런데 무슨 "시추에이션" 인가?
친구는 새 차 신형 코란도 <6인승> 차량의 보닛에 올라타서 무전기보다도 더 큰 모토로라_핸드폰을 들고 갖가지 폼(동작)을 취하자, 제수씨는 캐논_카메라에 연신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옆지기 표정이 금세 어둡고 칙칙하다.
저 꼴을 보려고 우리가 여기에 온 거야. 이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린 저들과 막역한 친구잖아.
솔직히 말해 내 친구는 돈이 많다 보니, 허세와 허풍이 심했고 말투마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전형적인 졸부와 꼰대적인 스타일이었던 거다.
하룻밤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올챙이 시절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이다.
이 사실을 옆지기가 탐탁하지 않게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두 집 가족이 모여 나름대로 재밌게 놀려고 했지만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 저녁이 몰려오자 옆지기가 짐을 챙긴다.
아마도 그들에게서 보이는 우월심과 자신감에 말 못 할 수치스러움과 자격지심을 가졌었나 보다.
우리는 허리에 차고 다니는 그 흔한 삐삐도 없고 애들은 조악한 물총 장난감 하나도 없고 밥 한 끼 한번 넉넉히 사줄 돈도 없는 반면에 상대방은 티코 가격에 버금가는 모토로라 핸드폰을 가지고 설쳐댔으니 얼마나 짜증 나고 힘들었을까?
제수씨!
내가 1박 2일 방 예약했고요/
모든 요리 코스는 내가 쏩니다/
이처럼 친구는 계속해서 자랑질을 하니 옆지기 성질에 그 꼴을 어떻게 보겠는가?
우리 애들이 갑작스레 몸이 안 좋은가 봐요.
우리 차 티코도 말썽을 피워 그만 집에 가야겠어요.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집 근처에 당도하여 돈을 내밀고 샀던 페리카나 치킨과 아침에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던 음식물을 꺼내여 애들과 함께 꾸억꾸억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당신 아까 티코 펑크 날 때, 세 가지가 뭐냐고.?
1. 내가 당신의 몸무게보다 훨씬 가볍잖아/
2. 당신은 아마도 티코 타이어에 껌딱지를 붙일 거야/
3. 당신 머리가 티코 천장에 닿으니 애들이 웃더라/
대충대충 건성건성 하는 당신 스타일을 내가 어떻게 믿냐고? 차라리 귀신을 믿지.ㅡㅎㅎ
근데 RV차 코란도 멋있더라!
우리는 언제 그런 차 타보냐?
세월의 빠름은 그때 그 시절에 (싼차) 티코와 (비싼 차) 코란도를 밀어내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어, 서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10년 전 그 친구는 병든 부인을 잃고 내 공장 근처에 묻었다.
친구 애들을 붙들고 울음을 터트리는 내 아내를 보면서 나는 친구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마음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남자는 세 뿌리를 조심해야 해! #손#입#아랫도리#내가 그토록 너에게 충고를 하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미친 자식아.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한 순간에 말아먹었니?
제수씨를 땅에 묻고 돌아선 그날 이후, 친구와 나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연락두절이고 그 친구가 나를 영원히 멀리해 버렸다.
이유도 없이~..ㅡ
내일이라도 내 앞에 나타난다면 청천계곡이 아니라, 일류 호텔에서 산해진미로 최고의 만찬으로 대접해 줄 수 있는데, 너무 아쉽고 섭섭하다.
올여름에는 25년 만에 아들/ 딸/사위/ 양파와 함께 "1박 2일 여행 계획을 잡아볼까"한다.
장소는 "충북 괴산군 청천계곡" 이번에는 아들이 몰고 다니는 새 차 BMW 차량을 선두로 해서 승용차 3대가 동시에 출발해 보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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