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주일 살아남기....

헤게모니&술푼세상 2023. 9. 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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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가 좋았어?

김 여사.....


결혼생활 33년 접어드는 나는 집사람과 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서로가 배타적인 불만과 괘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해서 각자도생처럼 방목하는 삶을 즐긴다는 것이 정답이다.


지난 일요일 아버지 벌초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말하기를 내일 친한 친구들과 <월요일>저녁 3박 5일로 베트남 다냥여행을 간다면서 평소에 하지 않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묵은 옷과 아들 가게에서 쓰이는 수건과 행주를 세탁기에 돌리기....


앞마당에서 자라나는 각종 채소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 주기...

양파 <반려견>에게 제때 사료 주고 물 주고 산책시켜 주고 잘 보살펴라.


집안 청소는 물론이거니와 세입자분께서 버리는 생활쓰레기를 살피고 분리해라.

그러면서 나 없는 동안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서 술 먹지 마라.


내가 애지중지 사용하는 싱크대와 냉장고 <살림살이>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

네...


불과 15년 전 만해도 먹고살기 힘들어 우리 부부는 눈물마를 날이 없었는데 지금을 돌이켜 보면, 이 정도 사는 것은 집사람의 노력과 덕이 크다.


나는 집사람에게 잔소리를 자주 하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목적달성과 동기부여가 확실한 여행이라면 "재미나고 즐겁게 다녀오라"며 책꽂이에 숨겨 두었던 지폐 몇 장을 쥐어주며 여행경비에 보탬을 더했다.


집사람이 여행을 떠난 지 3일째 전화 한 통이 없고 카톡 문자 한 줄이 없는 걸 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닌가 싶다.


지긋지긋한 고생을 머리에 이고 살았던 마누라가 10년 전부터 가족여행을 즐기고 이제는 30년 지기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걸 보니,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서러움과 즐거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 같다.  


오늘까지 집사람이 신신당부한 부탁을 몸소 실천하고 이행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 마누라가 차려준 광어찌게.ㅎㅎ

다만 내가 굶지 않으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밥 짓기와 국거리가 여간 쉽지 않고 어렵고 까다롭다.  


슬슬 면종류에 눈이 가고 의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라면과 국수를 섞어 냉콩국수..
비주얼...ㅎㅎㅎ

신라면

너구리라면

이틀째 그대라면과 함께..

비 오는 밤 옥상에서 바라본 조치원 침산동 거리..

오늘밤은 전라도 소주와 햇밤과 달걀로 소맥 한 잔
수신료 가치를 안다. KBS 이소정 앵커

우리 집은 주택 자금은 옛날 얘기다.

우리 양파는 엄마가 오지 않는다고 3일째 문 앞에서 잠을 자고 있다.

딱하고 짠한 생각에 어제는 끌어안고 잠을 청했는데, 또 거실 문 앞으로 도망가버린다.

째려보는 눈이 무섭다 ㅎㅎ

그래 우리 둘이서 의지하고 기대하는 것은 김 여사뿐이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불면증과 우울증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게 다 "아내 덕분이라"는 생각에 고마울 따름이다^^


♡현재 주소♡
오늘도 집이군 양파면 참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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