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통닭 맛은 나의 운명

헤게모니&술푼세상 2023. 5. 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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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술안주로 통닭을 능가하는 요리는 없는 것 같다.  


사부작, 술판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통닭집으로 기어들어간다.

동석한 지인들은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있는데 왜 통닭을 좋아하냐?  

세상천지에 맛있는 음식이 너덜너덜 별곡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은데 신기하고 희한하게 통닭을 찾는 것을 보면 당신의 입맛을 알 수가 없어!

내가 이래 봬도 고소하고 매콤하고 바삭한 인생을 살고 있잖아?

통통한 닭다리를 뜯으면 금세 엔도르핀은 돌고 호르몬 수치가 급상승한다는 거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간절히 찾아 먹고 싶다는데 웬 시비야!^^

사실은 통닭이 나에게 오감만족을 준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1970년 대 10대 초반에 통닭에 얽힌 슬픈 사연이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3살 때 서울 청계천평화시장 내 봉제공장에서 월급 없이 재워주고 밥세끼 먹는 조건으로 12시간 이상, 힘든 노동일을 하고 나면 항상 배고픔에 수표교 다리밑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눈물깨나 흘렀다.

빙과류와 호빵이 먹고 싶어도 무보수로 일하는데 무슨 돈이 하늘에서 떨어질 일은 없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쉬는 날이 오면 밤늦도록 하늘의 별빛은 보지 않고 땅만 보고 걸었다.

혹시 모를 땅에 떨어진 동전과 지폐들이 발견되지 않을까?

실제로 행인들이 흘린 10원-20원을 주워서 밀가루 종이로 돌돌 말아 파는 번데기를 사 먹은 적이 있었다.

주린 배가 고프면 위생이고 뭐고 식중독과는 상관없이 쓰레기통을 뒤져 먹다 버린 음식들을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반드시 가난에서 벗어나자고 수없이 다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눈물 젖은 통닭 한 조각이 내 마음을 후벼 파고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쉬는 셋째 주 일요일에 혼자 평화시장을 걷는데 자판에서 뿜어대는 고소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는데 다름 아닌 통닭이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일 년에 한두 번 엄마가 솥단지에 닭을 삶아 닭죽처럼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기름으로 튀긴 통닭은 듣지도 보지도 먹지도 못했다.

주인장이 닭장에서 살아있는 닭을 꺼내 도마 위에 조각을 내고 식용유에 닭을 튀기는 모습이 신기했고 과연 오묘한 통닭 맛은 어떠한 풍미와 식감을 줄까?  

30여 분 동안 통닭집 앞에서 튀긴 통닭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주인장이 눈치를 주며 다른 데로 가라며 성화를 부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통닭놀이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주인장이 내가 불쌍한 아이로 보였는지 닭발 2개를 튀겨 주면서, 너 때문에 닭발을 튀기는 것은 처음이다.^^

기름에 튀긴 닭발이면 어떠하리, 그것도 감지덕지하며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며 혹여 자판에서 땅바닥에 떨어진 두툼한 통닭의 잔해가 없나 살펴보고 있었다.

3개월 후 봉제공장 사장은 성실히 일한 대가라면서 1.500원 월급을 주었는데, 그 길로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호빵과 통닭을 먹으러 쏜살같이 달려갔다.

세월을 돌이켜보면 씹고 먹고 또 먹고 그냥 삼켜도 질리지 않았던 옛날통닭이 그립다.

이제는 통닭값이 비싸고 싸고를 떠나 골라먹는 재미와 여유가 있다.

멕시칸/페리카나/ 처갓집/네네치킨/ 호식이 두 마리/교촌치킨/bHC/굽네치킨/60계/노랑통닭/훌랄라/또래오래/푸라닭/또봉이치킨/

통닭 사랑이 있었기에, 숨 넘어갈 정도로 프랜차이즈 치킨들을 거의 섭렵했고 정복했다.


우리 지역에 유명한 왕천닭집과 신흥닭집을 빼놓지 않고 배달주문을 한다.


인생 맛은 후라이드와 양념 반반이다.  


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이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일한 자는 마음껏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

이 통닭은 2.1000원인데 내 입맛에 맞다.
조치원에 있는데 브랜드명을 모르겠다.

크응
통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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