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 하루는 또 이렇게 지나간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24. 3. 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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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7
오늘의 일기

<조치원 신흥사거리>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비몽사몽 한 상태로 새벽 5시에 차량시동을 켰다.

왕복 5시간여를 달려야 하는 메인 거래처 납품이다.

이곳은 <길안내> 네비가 필요 없을 만큼 눈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족히 900번 이상은 제품배달을 했다.

동이 틀려면 아직 멀기만 한데 경부고속도로의 옥천휴게소를 지나니 간간이 비는 내리고 노면은 금세 젖어들고 바로 차량속도를 낮춘다.

운전으로 먹고사는 나에게는 안전운전의 사자성어는 마음속깊이 새겨둘 정도다.

그런데 웃기는 짬뽕인 것은 평소와 다르게 1톤 트럭에 짐을 많이 실었고 앞 타이어를 3년 동안 교체하지 않아 포트홀에 빠지면 바로 펑크날 정도니 안전운전이 무색하듯 무책임하다.

타이어를 교환해야겠다고 수십 번 마음을 먹었는데 무슨 귀신이 씌었는지 아니면 게으른 탓인지 지금까지 방치했던 것이다.

나 자신이 한심하고 미련한 놈이라고 자책하며 운전대를 꽉 움켜쥐며 무사히 납품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오전 10시가 넘었다.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데 만사가 귀찮고 개피곤이 밀려와 안마의자에 앉아 코를 골고 말았다.

엄마 어디가..

내가 둘째야..

잠깐 기다려..

제발 어디 가지 말라고 두 손발을 들고 발버둥 치는데 한낮의 부질없는 꿈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은 엄마가 꿈속에 나타났는데 엄마형상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이내, 나의 표정은 시무룩해지고 마음이 울적해진다.

곧장 내방으로 들어와 얼굴을 이불로 겹겹이 감싸며 또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되레, 눈은 멀뚱멀뚱해지고 이 생각, 저 생각, 잡생각뿐이다.  


장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내가 유일한 취미라 할 수 있는 천장보기를 하면서 엄마라는 단어를 수없이 되새김질을 했다.


저녁은 다가오고 어둠이 짙어지자, 이제 일용할 양식을 찾아 겨우 몇 숟가락과 몇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한다.

이젠 이것도 양이 많다.


이처럼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해지고 기분이 가라앉으면 술을 찾는 버릇이 있는데 안방에 외롭게 쪼그리고 앉아있는 양파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양파야!!
우리 밖에 나가자.

전광석처럼 내게 달려오는 양파의 모습이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하루종일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오시면 맨발로 달려가 엄마품에 안겼던 것처럼 양파도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우리 양파와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한 날씨다.

그래도 우리 집에 영원한 동반자인 양파가 만족할 만큼 충분한 산책을 시켜주고 나니 아까 전, 내 인생에 칙칙하게 머물던 어두운 단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사는 것이 롤러코스터와 닮았다.

양파야!
아프지 말고 오래 살다가?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오르락....

  내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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