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구마를 위한 변명서

헤게모니&술푼세상 2022. 10.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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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에 헐벗고 굶주림 탓에 흰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림의 떡과 같았다.

지긋지긋한 꽁보리밥을 맹물에 말아서 깍두기 김치로 한 끼를 해결할 때가 허다했다.

게다가 꽁보리 쌀이 장독에 바닥이 보이면, 대타로 등장하는 채소가 있었는데 고구마와 호박이었다.

우리 집은 (땅 한평) 논밭이 없었으니, 쌀과 채소를 심고 수확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해서 돈 대신 얻어오는 것이 고구마와 호박과 감자와 각종 채소류였던 것이다.

6남매가 밥보다 질리도록 꾸억 꾸억 입에 밀어 넣었던 것이 호박과 고구마 삶은 것이 아닌가?

지금 집사람에게 당시 우리 집에 "주식"이 고구마와 호박이었다고 말을 하면 믿지를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집사람의 집은 남부럽지 않는 부자였고 1971년에 TV를 장만하고 시청했듯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니까?

암튼 어릴 적에 호박과 고구마에 대해 말 못 할 트라우마 있어 지금도 셋째는 호박을 먹지 않고 둘째인 나는 고구마를 멀리 한다.

그런데 엊그제 집사람은 고구마를 삶았다고 내 방에 조용히 놓고 가는데 모양새가 참 거시기하다.

고구마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집사람의 성의가 갸륵하고 괘씸하여, 한 입을 베어 무니, 기가 막히게 달고 밤맛처럼 고소하다.

연거푸, 고구마 두 개를 배속에 저장하니, 금세 배가 부르고 든든하다.

그토록 좋아하고 자주 먹는 햇밤 알에게 미안하고 무안할 만큼 모처럼 고구마 맛에 깊이 빠져버렸다.

간혹 고구마를 시식하면 사이다가 딱 어울린데 그 점이 매우 아쉽다.


고구마와 사이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하고자 한다.


내가 예상한 대로 이재명의 속 뚫린 사이다는 김 빠진 사이다로 점점 쓸모없이 사라져 간다.

「맞아! 고구마 세력들이 옳았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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