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KBS 인간극장 _변유미씨 꽃보다 고물

헤게모니&술푼세상 2020. 9. 9.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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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출근시간은 늘 그랬던 것처럼 항상 정해져 있다.

아침 6시에 기상하면 제일 먼저 국민의 방송, (채널 9) 뉴스판을 틀어놓고 어느 순간쯤에 아침 샤워를 하면서 동시에 세수하고 이 닦고 머리 손질을 한꺼번에 해버린다. 7시가 되면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모닝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진다. 그러면서 KBS 대전 뉴스가 끝나면 서서히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똑같은 패턴으로 여태껏 하루 일과를 시작해 왔다.
그런데 지지난주 월요일 아침에 여차 저차 해서 출근길이 늦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낯익은 목소리 이와 함께 인간극장을 알리는 시그널이 시작된다. 어라! 젊은 여성이 고물을 줍는다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예쁘장한 얼굴이네/ 이제 고물상 입문이 4개월째라고/ 벌써부터 방송을 타고 미디어에 얼굴을 알리다니/ 
실은 처음에는 꽃보다 고물의 주인공인 변유미 씨를 보고 색안경을 끼고 못마땅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절대로 고물장사는 그저 웃고 떠드는 시네마 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밑바닥 인생처럼 고물 인간이라는 굳은 맹세와 신념 없으면 고물장사는 곧바로 바닥을 치기 마련이다. 거참............(?)

고물 작업장에서 그녀는 얼마나 더 버틸까? 반신반의하며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을 졸이며 회를 더하며 시청하는데, 그녀가 고물을 집어 들 때마다 행복을 마다하지 않는 순수한 모습이 진심으로 보였다. 당돌하고 발기찬 그녀의 당당함이 진실하고 정직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서 바로 고물에 꽂혔다는 그녀의 수줍은 고백이 꽃보다 아름다웠다. 
그녀의 말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대목은, "모든 사람들이 4.000원이라는 돈을 길바닥에 내버리지 않아요" 그런데 길바닥에 4000원짜리 공짜가 있다는 걸 모르죠. 길을 가다 보면 파지(박스)가 보여요. 잠시 차를 멈추고 박스를 수거하면 내 돈이 되는 거예요. 내가 간절히 바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이처럼 보람된 삶이 어디 있을까요? 저도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무척 잘 나갔던 여자예요. 이래 봬도 옷 도매상과 운동강사(필라테스)와 태국에서는 여행 가이드로 활동을 했었죠.

나도 변유미 여성이 밟고 지내온 세월처럼 인생의 굴곡이 남달랐다. 하는 일마다 실패와 고난은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아픔과 상처는 가슴을 짓눌렸고 급기야, "마지막이다"하며 찾았던 것이 고물 로드였다. 당시 고물은 아주 귀하고 비싼 값어치를 하는 보물에 속했다. 고철 1kg 350원부터 시작하여 kg당 700원까지 치솟을 때 즈음 나는 고물에서 손을 뗐다. 변유미 씨와 다르게 고물은 내 인생의 천직이 아니었고 고물 패턴을 보니 고물은 한물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인생 살면서 고물장사의 시작과 끝을 단번에 내다보며 고물상을 처리했다는 것이 지금도 뿌듯하고 감동적이다. 자랑 같은 이야기지만 상가를 포함한 5층 건물을 짓고 이렇게 사는 것은 그때 돈을 갈퀴로 쓸어 담았기에 가능했다. 분명히 나는 행복한 고물상에 팡파르를 울렸다.

고물상 이야기는 내 블로그에 자세히 언급했기에 가끔 살펴보길(참고) 바라면서 변유미 씨에게 몇 가지만 부탁을 드려본다. 고물을 하다 보면 정말 참기 어려운 모욕적인 언사를 듣게 된다. 고물 하는 주제에~ 어쩌다가 고물을~~ 밥 벌어먹게 생겼어~~ 못된 마인드를 가진 자들과는 대면은커녕 상종하지 말라는 것이다. 굽신거리는 저자세가 지나치면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생활리듬을 잃어버린다. 하루 종일 발로 뛰는 고물장수가 리듬이 깨지면 만사가 헛수고다. 고물로 먹고 산다고 부모가 물려준 자존심까지 내다 버릴 수는 없는 거다. 힘들고 지치면 엄마 아빠 생각하고 하늘을 쳐다보라.

모진 두려움을 걷어내고 참고 견디면 이로움이 된다. 무엇보다 여성분이 파지를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힘들어 나중에는 골병든다. 1톤 트럭이라도 2인이 움직이는 것이 계산적으로 낫다. 모든 고물을 집게차로 쉽게 퍼가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이와 같은 것을 어느 날에 완벽하게 마스터한다면 경기도 전 지역을 아우리는 영업사원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싹싹하고 명량한 성격이 영업 쪽에 더 어울린다. 암튼 고물 종류를 어느 정도 알아야만 장사를 하고 영업도 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대상(큰 고물상) 업체로 발전할 수 있고 끝내 성공을 가름한다. 고물로 꽃길을 걷는 방법은 순전히 당신의 맘먹기에 달려 있다.

변유미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가을하늘이다. 종종 고개를 올려다본다.

아직도 내 공장에는 고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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