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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영화배우 이승현 씨를 조치원에서 우연히 만나 날밤을 새며 술을 마셨고 그와의 만남의 계기로 서로의 파란만장한 인생살이를 가감 없이 써내려 갔었다.(내 블로그 참고) 이랬던 이승현 씨가 조치원에서 정착하며 살고 있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새마을 전집을 찾았다. 처음 이승현 씨는 나를 몰라봤지만 이런저런 추억들을 소환하니 금세 알아본다...
실은 2년 전에도 이승현씨를 조치원 터줏대감 황치환 대표와 만난 적이 있었다. 잠깐 심오한 말을 은유적으로 하고 싶다. 가난의 굴레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일순간 거지처럼 동냥하고 구걸하게 한다. 부자의 기준이 어디까지인 줄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부자로 살다/ 쿨하게 저승 갑시다.ㅎ
??
영화배우 이승현!
헤매고니&술푼세
2010. 5. 22. 01:25 삭제 댓글 수 1 공감수 0
지난 5월 17일
늦은 저녁시간에 나는 음악활동을 하는 동료들과 꼭 보고 싶은 얼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ㅡ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순간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사람은 모두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예전 그대로 모습이었다. 체형은 중년 때문이라고 말해야 하나, 살찌고 부풀려져 있었지만 우렁차고 근사한 목소리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승현입니다.
힘차게 악수를 청하는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잠시 과거 여행이 시작되었다.
「영화배우 이승현」
70_80년대 하이틴 영화의 샛별이고 최고의 스타였다. 고교얄개, 얄개 행진곡, 대학 얄개, 괴짜 만세, 고교 우량아. 등등 그가 출연한 영화 히트작들은 지금도 본인 자신과 영화계의 큰 역량이고 재산이라 말할 수 있을 거다.
당시 청춘영화 트로이카를 말한다면 이덕화, 임예진,이승현, 강주희, 김정훈, 손창호를 꼽을 수 있다. 지금 4/5/육십 대 중년들은 이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를 한 두 편은 봤을 것이며 그들의 영화 속에서 젊음의 희로애락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청춘영화를 생각하면 내 청춘에 오버 램 되어, 새록새록 감회가 밀려온다.
얄개란, 말 그대로 개구쟁이라는 뜻이다. 엉뚱하고 능청스럽고 약삭빠른 두뇌회전이다. 이승현의 감칠맛 나는 연기력은 그 어느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대의 압권이고 최고의 명성이 아닐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가 대박이고, 흥행 보증수표였다. 그래서 이승현은 히트 제조기라 불렸고 명품 배우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영화 때문에 얽힌 내 비밀스러운 에피소드 하나를 꺼내본다
내 나이 10대 후반 즈음 1977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는 친형과 함께 서울 구로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코딱지 만한 방에 우리는 <키 180센티> 장신의 몸을 맡기엔 너무나 힘들었고 열악했다.
또한 이걸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하는 걸까? 우리 좁은 방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형의 여자? 그녀의 등장은 나를 피곤하고 짜증 나게 만들었다. 절세미인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상당한 미모를 갖춘 여자였다. 둘 다 죽고 못 사는 찰떡궁합이었던 것이다.
사실 연애질은 밖에서 하면 되지만 가난뱅이 시절에 형과 그 여자가 나드리?(외박) 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나도 돈이 없어 방에서 콕 틀어박혀 애꿎게 라디오 볼륨만 올렸다 내렸다,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견제와 눈초리는 약발이 되어 먹혀 들어간 것일까?
돈으로 날 매수하고 있었다.
1000원짜리 한 장......
이돈 가지고 영화 보고와ㅡ 빨리 들어오지 말고ㅡ형과 여자가 시키는 대로 나는 1000원을 들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 영화가 바로 이승현 주연 고교얄개다. 그 길로 쭈욱 평탄 없이 영화 삼매경에 빠져든다. 일 년 넘게 두 사람의 은혜와 은총으로 주로 하이틴 영화 공포영화를 수 없이 넘나 들고 있었다
구로동 한도극장 ,구로극장, 신길동, 우신극장, 양평동 극장들은 쏘도 보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소위 3류 영화관이었다. 이곳에서 시간 때우고 시간 죽이기는 딱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영등포, 연흥 명보극장은 좀 비싼 편이라 엄두도 못 냈고 을지로 종로에 있는 개봉 극장 허리우드. 단성사. 국도. 종로. 영화관등은 꿈 도꾸지 못했다.
아무튼 그 해는 어느 해보다 많은 영화를 봤던 걸로 기억된다. 그리고 형의 여자를 그 여자라고 칭하는 것은 지금 내 형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주로 하이틴 청춘영화를 눈여겨본 것은 모자를 눌려 쓰고 교복을 입은 채, 빵집에서 미팅을 하는 학생들을 대단히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공돌이와 공순이라는 <공장에 다니는 남자-여자.> 신분으로서 학교생활과 학생 시절이란, 나에게는 신세계였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동경의 대상이 바로 "이승현 배우가 아니었나"생각한다. 나의 대리만족을 이승현이라는 연기자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내게 있어 인생의 청출어람이고 인생의 길잡이의 바른 문이었다.
나의 우상 선망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배우 이승현 씨가 지금 내 코앞에 있다니 서먹함은 어색함이라 했던가? 술의 힘은 마법같이 서로에게 대화를 주고 우정을 주고받았다. 서로가 술잔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자 대화가 자연스럽게 막힘없이 흘려간다. 술병을 비울수록 그의 인생관과 영화 관점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몇 해 전, 공중파 방송 <인간극장>를 통해 이승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본 적이 있다. 상할 대로 상 한 몸을 이끌며 여관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사는 모습은 내게 있어 팬으로서 가히 충격적이었고 가슴 한컨 애처롭고 딱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캐나다와 호주, 유학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왔건만, 어느 누구도 <캐스팅> 반겨주지도 불려주지도 않는 영화계의 냉정한 현실은 한때 그의 유명세는 우수수 떨어지는 추풍낙엽과 같은... 한갓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얼마나 버겁고 지치고 힘든 삶이었을까? 우리는 진중하고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이승현 못지않게 내가 좋아했던 손창호 삶의 스토리는 내 마음속에 눈물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참으로 똑똑하고 비상한 재주 <단국대 출신>를 가졌던 비운의 배우 손창호 씨는 적십자병원에서 행려병자로 살다가 끝내 자신의 소원대로 마지막으로 바닷가를 찾아 바다 풍경을 덩그러니 쳐다보면서 눈을 감았고 그의 장례식장에는 초라하고 쓸쓸하기 그지없었단다.
연예인들의 발걸음도 거의 없는 장례식장에서 이승현 씨는 무슨 생각했을까? 거나하게 취한 우리들은 만남의 기분을 더 만끽하려 누구라 할 것 없이 자리를 옮겼다.
2차 갑시다 ,,
아까 먹장구름 하늘은 금세 장댓비로 변하여 억수같이 눈물을 쏟는다. 허전한 나의 마음을 훔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정말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술을 입에 쏟아붓는 일배 일배 부일 배가 되고 있었다. 절대 흐트러지지 않고 진중하게 우리들의 말을 들어주는 모습에서 이승현의 진정성을 느꼈다.
요즘 연예인들의 철학의 부재, 가치의 상실, 연기력 논란, 등을 얘기할 때는 이승현의 눈에는 초롱초롱함이 더욱 빛을 발했다. 수많은 대화는 수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이제 자리를 일어서야 한다. 미련이 남고 아쉽지만 헤어짐은 있는 법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가 작별의 손을 내밀었다. 이승현 씨! 이번에 출연하는 독립영화, "아버지의 길" 대박 나시고 앞으로 제작하게 될 영화도 순탄하시길 바라요.
연극 무대에서도 자주 뵙고요..
참 MBC 세 바퀴 한번 나오세요..ㅋ
나는 말한다.
이승현 씨!
그동안 얼마나 고난과 좌절을 맛보셨습니까?
인생사/
다 그래요.
세상사/ 앞으로도 어두운 장막과 두꺼운 벽이 당신을 가로막을 줄 모르는 일입니다. 어떤 시련이 있어도 이겨내시고 그곳에 꼭 새로운 창문을 내시어 따사로운 햇살이 당신의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기를 기원합니다. 하시는 일마다 승승장구하시고 욱일승천 하십시오.
늘 건강하시고요!
뜻깊고 소중한 만남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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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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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하여 2010.05.25
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만남이 있었다는 걸 전 전혀 몰랐네요..
헤게모니님.. 글을 읽어봐도 님이 얼마나 추억에 설레었는지 느껴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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