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지 않다!
앞으로 10년만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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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고구마와 순두부로 저녁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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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오래 살다 보니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세 군데가 있다.
병원/관공서/사정기관/이다. 병원을 가면 외줄 타기 하듯 불안감이 있고, 관공서를 가면 짜증 나는 답답함이 있다. 사정기관에 가면 멍든 상처처럼 무서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믿거나 말거나 나는 세종시청은 NO/ 세종교육청 1번/ 중앙부처는 말을 말자!
평생 면-읍사무소는 약 10번(주민등록 갱신-여권 발행)을 방문했고, 파출소와 경찰서는 딱 4번(쌍방시비-운전면허증 재발급) 출두했고, 병원은 나의 의지와 다르게 수백 번 제 발로 찾아갔다.
병원만큼은 내 단골집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산 넘고 강 건너면 다리가 아픈 법, 세월을 깊게 파니 이팔청춘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오늘 낮 초겨울이 오는 길목에 이슬비 인지, 가랑비 인지, 모를 빗줄기를 맞으며 도살장에 개 끌려가듯 단골 병원문을 열었다. 2달에 한 번씩 약 처방을 받아야 그나마 생명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어쩐 일로 나를 원장실로 불러놓고 기본적인 검사를 한다. 대체로 내 몸은 양호한 편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성인병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데 당연한 게 아닌가? 내 몸뚱이와 시커먼 내 속은 내가 더 잘 압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진료비를 계산하는데 항상 친절한 간호사님께서 나를 보며 얼굴 피부가 저번보다 깨끗해요. 그러면서 뜬금없이 독감주사를 맞았냐고 물어온다. 아니요! 독감주사 10년 전에 한 번 맞고 지금까지 전무후무예요^^
무료접종이라며 독감주사를 팔에 찔려주며 2달 후에 또 봐요? 네 알겠습니다. 병원을 나서며 또 오지랖 넓게 재수 없는 소리로 허공에 외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나는 온몸이 종합병원이야! 10년 후에는 오장육부가 썩어 우리 양파와 함께 저 붉은 노을로 사라질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의 법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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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