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예진ㅡ (비밀은 없다)

헤게모니&술푼세상 2016. 7. 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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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경 간편복장을 입고 내 방에서 나오니 거실에서 아내와 딸이 mbc 연속극을 보면서 조잘 재잘거리며 연신 함박웃음 쏟아내고 있었다. 평범한 우리 가족 모습이다. 내가 집을 나가든 들어오거든 외출에 전혀 무관심을 보여왔던 아내가 넌시시 시비를 건다. 야심한 밤에 어디가? 또 술자리야! 나는 자질구레한 변명대신 단 두 마디 말로 대신했다ㅡ
 
비밀...
 
우리 집과 극장거리는 걸어서 5분 거리다. 터벅터벅 길을 걸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니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웬일이래~ 젊은 시절 말고는 어떤 영화에도 별관심이 없었는데 나 스스로 발걸음을 영화관 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치원 헌 마을에서 36년을 살고 있지만 개봉영화를 본 횟수가 통틀어 6번째다. 영화를 알레르기 반응처럼 멀리한 이유는 영화가 단지 지루하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2010년쯤인가? 내가 죽을 때까지 개봉영화 5번으로 만족한다.
 
내 인생 자체가 영화다.
 
그런데 벌써 6년 사이에 5번 신작영화를 봤고, 올해 들어서만 위안부 이어 두 번째로 접어들고 세 번째 영화 8월을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때그때 달라요'가 될 것 같다^^
 
사족이 길어졌다~~
 
손예진 김주혁 주연의 비밀은 없다. 벌써 영화 본 지가 일주일이 지나버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최대치 줄거리를 찾아서 한 면을 적셔보겠다.
 
김주혁(김종찬 역)
손예진(김연홍 역)
신지훈(김민진 역)
 
종찬은 전형적인 경상도출신의 신인정치인으로서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시골동네 5선인 노재순 후보를 누리고 집권당 1번 공천권을 따낸다. 종찬의 아내 연홍은 평면적인 전라도출신으로 딸 민진과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평범한 주부다. 어느 정도 집안의 부유함을 누리고 살지만 정치욕망에 사로잡힌 남편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이 정치내조를 하게 된다. 남편의 당선을 위해 첫날 유세운동을 야무지게 하지만 딸이 가족 앞에 사라져 버리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의 실종은 연홍의 마음을 피멍으로 만들고 실종 당일 민진이 입에 넣어주었던 김밥 한 덩어리에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한편 딸의 생사가 불분명한데 남편 종찬은 김밥 터지게 선거유세에만 집중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남편의 실망스러운 행동에 상실과 좌절을 느낀 연홍은 억장이 무너지고 어느새 분노와 증오가 폭발하여 남편과 말싸움을 하며 끝내 서로 뺨을 때리는 심한 가정폭력이 이어진다. 우리 딸이 실종되었다고! 이러고도 네가 남편이고 가족이냐. 선거유세에 유세 떨지 말고 우리 민진이를 찾는 게 급선무란 말이다.
 
이 개새끼야~~
 
마지못해 종찬은 선거운동원들과 딸 찾기에 나서지만 딸의 행방은 묘연할 뿐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재순 측 캠프에서는 네거티브 보다 더한 마타도어로 딸의 행방을 문제 삼고 연홍의 출신배경을 놓고 악담과 조롱을 퍼붓는다.
 
#전라도 사람들은 뒤끝이 너무 안 좋다..
 
이미 독기를 품은 연홍은 어떠한 험담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직접 딸의 행방을 쫓는 지극한 모성애를 발휘한다. 경찰의 뒷북치는 부실수사를 원망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사방천지를 뛰어다니며 딸의 실종을 실마리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지독함을 보인다. 신성중학교에 다니는 민진이 친구 미옥의 미스터리를 알아차린 연홍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는데 딸이 학교의 문제아였고 왕따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멍청한 엄마를 닮아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담임 여선생이 내민 성적표를 보니 워낙 뛰어나고 똑똑한 아이로 기록되어 있었다. 인터넷에 미쳐있고 엄마의 취미 대로 음악에 심취했던 딸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여기에 이상 낌새를 눈치챈 연홍은 민진의 단짝친구인 미옥과 담임선생 손소라의 석연치 않는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딸의 행적을 깊숙이 파고든다. 그러나 연홍의 한가닥 희망마저 저버린 채 딸은 누군가에 의해 처참히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된다.
 
여기서 잠깐 나의 소감을 짤막히 말하겠다. 이걸 '스포일러'라고 해야 하나? 이 장면에서 진짜 범인을 내가 금세 알아차려 버렸다는 점이다.
 
민진이의 담임선생은 종찬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내연녀였다. 우연히 카섹스 동영상을 확보한 민진과 미옥은 담임선생 손소라에게 성적조작과 현금을 요구하며 복수의 칼을 빼든다. 벼랑 끝 코너에 몰린 담임선생은 이 사실을 내연남 종찬에게 알렸고 종찬은 살인청부 업자에게 1억 원을 건네며 딸의 살해지시를 내렸다. 종찬은 딸의 실종과 죽음이 본인 선거에 동정표로 쏠리며 선거승리가 확실해지자, 가장 잔인한 방법을 택했고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질렸다.
 
천륜을 저버린 만행이었다.
 
정치에 미치면 마누라를 팔아버린다는 말은 있지만 딸을 죽이는 인간말종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끝이 안 좋은 경상도 사람이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친구 민진을 위해서 통쾌하게 복수하는 미옥이의 눈물겨운 사투와 끈끈한 우정이 새롭고 딸의 살해범이 남편의 부정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무덤덤히 남편을 인정사정없이 응징하는 연홍의 광기가 빛을 발한다. '내가 널 죽이면 지는 것이다' '끝까지 살아라'!! 그러면서 남편과 내연녀의 동영상을 노재순 쪽으로 클릭해 버린다. 그리고 연홍은 미옥의 품으로 스며든 딸 민진이의 영혼을 붙들고 엉엉 울음을 토해 낸다. 민진이는 살포시 말한다.
 
"엄마가 멍청해서 내가 지켜주고 싶었어"
 
나는'비밀이 없다'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연홍이가 내연녀를 죽이지 않고 남편에게만 보복을 했다는 점이고 담임선생과 우리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고 청와대 대통령님께 차마 부치지 못한 민진의 편지다. 반전을 가미된 영화라 극적인 요소를 나타내기 위함인 걸 알지만 나 같으면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는다. 두 연놈을 잡아다가 능지처참해도 시원치 않았을 것이다. 내 주변에 직간접적으로 그런 자가 존재하고 있기에 진심 어린 표현을 하는 거다.
 
계속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비밀은 없다가 졸작인지, 수작인지 가름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영화흥행에 실패했다고 영화를 혹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몇 가지를 지적한다면 스릴러 영화라면 서스펜스가 강하게 묻어 나와야 하는데 영화 흐름을 따라가 보면 맺고 끝은 단 한방의 단칼도 장칼이 없다. 좀 더 지식을 높이면 영화의 필수적인 마조히즘과 아드레닐린이 부족하다는 게다. 스토리는 탄탄한데 연출이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극적인 반전을 너무 뻥 뛰기 하다 보니 머리가 지근지근하게 헷갈리고 아파온다. 방만한 아이들의 신변잡기와 최면과 주술, 굿판들이 너무 나열되고 변덕스럽다. 자꾸 위안부 (귀향) 영화가 떠올린 만큼 겹치는 장면이 많다. 영화의 백미는 순간순간마다 짜릿하고 통쾌한 클라이맥스가 가미되어야 하는데 그저 밋밋하고 무색무취하게 영화가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손예진의 신들린 연기투혼만이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1분 동안 손예진 다양한 얼굴표정과 전신몸매의 클로즈업이 내 마음을 울리게 만들었다.
 
명배우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는 삼세판이다. 8월에 개봉되는 덕혜옹주를 기대해 보겠다.
 
ps
점심시간에 쫓겨 이 정도로 감사평을 마치며 오타는 저녁에 수정할 것이다.

내 블로그 친구들이여~
기분 좋게 맛점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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