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8월 1일 일요일)는 처가(妻家) 모든 가족들과 미팅하는 날이다
내 결혼생활은 강산이 두 번 바뀌었건만 처가 쪽 모든 식구들과 여름휴가를 같이 데면데면하는 것은 오늘이 두 번째인 것 같다
그동안 나들이모임 외식 모임들은 많았지만 강 or산을 찾아 하루만의 휴가를 즐긴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서로 바쁘다는 핑개로 차일피 미루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각자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생활의 환경때문에 뜻을 모으고 중지를 맞출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5년전 첫 번째 휴가를 가졌던 그곳 공주 마곡사 뒷 길 상원계곡이 오늘 모임 장소다
이른 아침부터 아내는 들뜬 표정이 역력하다 이것저것 음식물을 챙기는 모습이 다른때와 사뭇 다르다 정성이 깃든 것 같다
오직할까? 조금만 있으면 엄마를 보고 1남 4녀 자기식구들을 전부 만나보는데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아내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그냥 짠하고 측은지심이 밀려온다
그것은 불행하지도 않고 그닥 행복하지도 않은 서로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어서 그렇다 마곡사를 휘감고 도는 "상원골" 계곡은 휴가철답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휴가객들의 인파로 인산인해다
우린 전날 자리를 미리 확보한 관계로 많은 가족들이 계곡물에 놀기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이윽고 계곡에 도착하니 다들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보니 더 반갑고 정겨운 얼굴들이다
특히 몇몇 조카들은 명절날에도 볼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전부 총출동이라 기분이 좋다
한편 내 자식들만 참석했더라면 전원100%에다, 장모님과 조카들이 참 좋아했을 텐데 미안한 생각이 든다
모처럼 함께할 좋은 기회였는데 아들 녀석은 일본 교수 초청으로 일본에 가버렸고 딸내미는 수능을 앞둔 고3학년이고 하필 전날 학교에서 냉방병에 걸려 감기몸살에 드러누워 있으니 속상하고 안타까운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식은 크면 부모품을 멀리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가족끼리도 몇 년 동안 온전한 휴가 한번 가보지 못했고 아들과 대중목욕탕에 가 본지가 녀석 中 1학년 때였고 아무래도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모님은 우리 부부 마음을 마치 꿰뚫어 보는 것처럼 어느 때 보다 불편 없이 따뜻하게 대해주신다
셋째 사위! 마음껏 재미있게 놀아보세
나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장모님 한잔 형님 한잔 동서 한잔이요 곡차(술)를 주고받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주변의 산새가 빼어난 운치다 풍경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원만한 계곡에 빠른 유속처럼 쉴 틈 없이 흘려내리는 계곡물은 그만 감탄을 자아 내기에는 충분하다
상원계곡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한 숲으로 덮어있어 신선한 그늘막이 무슨 소용 있으랴!
다들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는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조카들과 놀아주고 서로의 세상살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천국이고 이곳이 바로 별천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기분 좋은 감정들이 계속해서 가족들 간에 끊임없이 이어가고 지속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서 가끔 <평택 대추리> 고향생각에 눈물을 보이시는 장모님의 서러움과 한을 조금이나마 씻겨주고
안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대추리 눈물은 그곳에서 태어난 처갓집 1남 4녀에게도 아픈 상처로 기억되고 있다 5년 전 장모님은 이 장소에서 사위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우린 희망을 잃어버렸어
무자비한 사람들
피 끓는 속내는 토하지 않았지만 살짝 눈물샘을 그러모았던 불쌍한 장모님을 나는 기억한다
<나중에 대추리 사람들 이야기를 꼭 쓰겠음>
지금, 장모님은 한 달 전 고향 변방에서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짓고 늘 손자 손녀들이 찾아오는 그리움 (오매불망)에 살고 있지만 겹겹이 쌓인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어찌 모를까?
어쨌든 오늘 하루는 장모님과 함께 온 가족끼리 모여 정을 나누고 사랑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의 하루였다
큰 형님 말처럼 동서들! 이제 우리 일 년에 한 번은 계절을 떠나 휴가를 가지세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예) 그렇게 하자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맑은하늘의 그림을 한없이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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