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시린 이야기?
#죽음
#장기기증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사건임은 분명하다.
엊그제? 초저녁 절친에게 메시지 한통이 왔다.
기종아.ㅡ
아무래도 내 막내아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벌떡 일어서며 그게 무슨 말이냐?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솔이가 불의에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지가 15일째야. 병원측에서 살아날 가망이 없단다. 호흡기를 떼야하는 지금 심정이 너무 잔인하고 가혹하다.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더이상 묻지 않고 주변 지인과 친구들에게 부고소식을 알렸다.
1일장으로 장례예식을 마친다/
망자 가는 길에 조의를 표하자/
토요일 오전 일행들과 함께 천안장례식장을 향하는데 하늘이 노랗다. 어떻게 이런 슬픔과 깊은 시련이 그에게 닥친단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지.
이 친구(원광열)를 만난 것은 우연히도 아니고 필연적이다. 10년전 세종시 침산리는 상업지구가 되고 분양이 한창일 때 그는 의도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당신의 소문을 잘알고 있어?
나랑 친구가 되어주면 좋겠다.
생김새를 보니 웃는 인상이 맘에 든다.
자네와 나는 두살터울인데 친구가 돼도 좋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두살 내리고 네 나이를 맞추면 되지! 서로 사궈보니 인상 그대로 성품이 진국이었고 사업수완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강한 이미지 못지않게 자기만의 갤러리가 풍부했다. 참산지구 한복판에 한솔금속이라는 공장을 차리며 전국으로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구리(동)만을 취급하고 사고파는 제법 실속있고 뼈대있는 고물상이었다. 당시 구리 1kg에 12.000원을 호가 했기에 그에게 1억 정도는 돈따위로 취급을 하지 않았다.
에쿠스차에 억대 돈다발을 보면서 난 스스로 오금이 저렸고 부러움이 컸다. 한달에 보통 20톤내지 30톤 구리를 매매했으니, 그가 술에 취해 침산동 골목에다 3.000만원을 뿌려도 난 잠시 이해를 했고 그걸 전부 내가 쓸어담아 친구 마누라에게 전달해주기까지 했다.
사람이란 견물생심이 있거늘 만원 한장 훔치지 않고 그대로 돌려주었으니, 그 친구는 다음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앞으로 객기와 만용을 부리면 난 너와 친구가 될 수 없어...
우리 우정은 갈수록 돈독하고 끈끈해져갔다.
친구와 나는 여행도 많이 했고 산해진미음식을 모두 설렵했다. 무엇보다 30년 넘게 모임을 하는 선린회에 마지막 멤버가 되었다.
인생에 있어 허구헌날 승승장구하냐? 아닐 것이다. 금속제품은 그날 시세따라 변동이 심하는 법이다. 그에게도 "호사다마"라는 말이 어울리게 공장운영을 할 수없을 만큼 내리막 신세가 되었다. 내 공장옆에서 재생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로 다시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천안으로 복귀했다.
6년전 그가 떠나는 날 나는 친구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넌 북극에서 냉장고도 팔 놈이다.
쓰러지면 일어서는 거야. 그리고 말이야! 어디에 있든 우리 모임에 탈퇴하지 마라. 그의 성실함과 정직함의 무기는 단시간내에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남부럽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 선린우정을 잘지키며 자식농사도 잘지었다. 두형제 중 큰 애는 전투기 조종사<대위>로서 작년에 결혼도 했다.
10여년만에 귀하게 낳은 아이가 한솔이었다.
얼마나 막내를 애지중지했으면 상호를 '한솔'로 했을까? 이곳을 떠나는 날 꼬맹이 한솔이가 내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아저씨 아프지말고 건강하세요...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한솔이 영정사진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제 겨우 21살인데~~
앙상한 뼈만 남은 제수씨의 손을 잡으며 이겨내셔야합니다. 식사 제때 챙겨드세요.
연신 눈물을 훔치는 친구의 부인을 보면서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쩌면 좋으냐? 할말을 잃어버린 우리 일행들은 곧바로 일어섰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다시 한번 한솔이 사진을 살펴보며 최대한 고개를 숙였다.
한솔아~
엄마와 아빠가 훌륭한 분이다.
천국동산에서 네 가족을 지켜줘
너는 짧은 생애를 살다갔지만 장기기증으로 인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9명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그들이 너의 나머지 삶을 살아줄거야!
오늘 한솔이는 천안공원에 묻었다.
우리 한솔이 무덤에 부활이 있기를~~~~
Ps
고인의 이름은 찬솔인데 나는 한솔이라 불렀음
그게 정말 죄스럽고 미안하네요.
<나의 장기기증 카드>